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얼마전부터 겨울 옷을 하나씩 더 꺼내 입기 시작했었지만 여전히 가을날이라 여겼었다. 오늘 아침 바깥 수돗가에 살얼음을 보는 순간 아차! 싶다. 보온재로 수도꼭지를 둘러야하고 난방보일러도 미리 점검해두어야하는데… 고개를 돌려 앞마당을 바라보니 엄청 허전해진 풍경이다. 남족 하늘의 반을 차지하던 커다란 오동나무의 무성한 잎들이 모두 다 떨어져버리고 없다. 밤동안 바람 한점없이 그대로 나무 아래 수북히 떨어져 쌓였나보다. 가을비를 한껏 머금고 있다가 얼어서 마치 처마밑 고드름처럼 고스란히 떨어진 것 같다. 한잎. 두잎의 운치는 전혀 없다.
오동나무 잎에 놀랐다면 텃밭의 상황은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단단하던 가지도 고추도 얼었다 녹아서 물컹하고 까맣게 익어가던 검정콩들도 초록에서 냉동되었다. 줄기가 얼어버렸으니 내부조직이 파열되었을테고 익은 정도를 떠나 모두 거두어들여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게을러서는 농부가 될 수가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마음이 편치 않다. 농사일 뿐만 아니라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고 믿어왔지만 미리 준비해두지 못했던 것에 대해 후회와 반성이 크다. 이곳이 다른 지역보다 추운편이라 지구온난화 얘기에도 24절기와 음력 날씨에 내심 의지하는 게 있었는데,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리 24절기의 기후변화를 대처하고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더 추워지기전에 시작해야겠다 싶어 오후에는 여주, 토마토, 가지, 상추 심었던 고랑을 정리해두었다.
입동이 곧 다가온다. 며칠간 서울일을 봐야하는데 서둘러 텃밭1의 밭정리와 닭장 임시대처라도 해놓고 다녀와야겠다. 절기를 다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절기는 앞서 나가면서 농사일을 준비해 가야한다. 허브들을 거두어 들여서 말려야하고 정리해두어야한다. 입동 다음에는 소설이다. 눈이 내리고 땅이 얼기전에 이른 봄부터 피어나는 풀, 허브, 딸기, 부추, 봄나물들에게 거름을 뿌려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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