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린더에 이벤트를 추가하다보면 갑자기 앱이 다운될 때가 있었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모든 이벤트를 싱크하는것으로 설정하고나서부터이다. 아마도 용량이 쌓여 커지면서 아이패드에서 모든 내용을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나 싶어, 처음 캘린더를 쓰기 시작한 해로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청소와 정리를 하려고 12년만에 들어가보니, 소솔한 작은 추억거리들이 가득하다.
레스토랑의 일들, 음식 만드는 시간, 치즈나 식재료 관리, 잡지/TV 촬영 스케쥴, 거래처 결제, 세무관련 일 그리고 집안 일과 여행 일정 …
2006년부터 사용한 캘린더를 달별로 스크롤 하면서,
짧은 일정 제목만으로도 그 당시의 상황들이 영사기 스크린 넘기듯이 한장 한장 머릿 속에 그려진다는 것이 신기했다.
겁없는 젊은 시절이었구나 싶기도하고,
많은 일들을 어떻게 감당했나 싶기도하고,
그만큼의 다양한 마음과 감정들에 스스로 대견스러운 점도 있지만
부끄럽고 미안한 일들, 그리고 고마운 일들도 많았다.
2008년 1월에서 스크롤을 잠시 멈추어서 10년의 시간을 되돌아 보았다.
‘문경 쌀 주문’, 그간 찾아뵙지도 못했지만 여전히 전화주문만으로도 좋은 쌀을 보내주시는 것이 감사하다. ‘웅진 코웨이 렌탈료 결제’, 시골집 뒤 야산에서 뽑아 올리는 지하수 덕분에 수도꼭지만 틀면 맛있는 물로 마시고 음식하고 씻으면서 보습제 바르지않고도 피부가 좋아졌다. ‘와인 주문’과 ‘bleu des causses cuisine’, 숙성실에 가득했던 치즈와 버터, 언제든 한 잔 마실 수 있었던 와인은 바쁜 레스토랑 일에도 건강하고 큰 힘이 되었던거구나 싶다. ‘cours de cuisine en français’, ‘백화점 문화센터 강의’ 는 반복되는 일들 속에서, 가르키면서 배운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주어서 좋아했던 일이다. 음식에 대한 나의 생각을 겸손하게 다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2008 설 선물세트 준비’, 2월 중순에 있을 올해 설날에는 10년의 시간 후에도 아직도 늘 함께하는 분들께 작으나마 마음의 선물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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