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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 2018

설날 가래떡

설 음식 중에 가장 많이 기대하면서 기다리는 떡국. 정갈하게 쇠고기꾸미와 계란 지단 얹은 떡국을 받아들면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은 잊어버린다. 시골 방앗간에서 뽑는 가래떡은 썰어 둔 것을 사는 것보다 몇배의 번거로운 일들이 이어지지만 그 맛의 차이는 아주 많이 크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

미리 좋은 쌀을 주문해두고 가래떡을 잘 뽑는 방앗간을 둘러 찾아본다. 떡 뽑기 전날 밤에 물 맛 좋은 지하수로 씻고 차가운 곳에서 불린다.

금방 뽑은 떡이 필요해서, 정성스레 좋은 재료로 떡을 만드는 젊은 친구에게 우리 먹는 쌀로 만들어 보기를 부탁했더니, 쌀 알이 깨진 것 없이 잘 불려져서 만족스러워하는 문자를 받았다. 쌀을 힘 세게 문질러 씻는 것이 아니니 부서질 것이 없다는 당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 친구의 문자를 받고 다시 생각해보았다. 오래 묵은 쌀이나 도정과정에 깨진 것이 많이 섞인 쌀은 이미 수분이 많이 빠지고 쌀의 맛이나 향이 날라가버리고 그만큼 찰기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래 묵은 쌀은 좋지 않은 냄새도 배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 삼베천 위에 쌀을 건져 물기를 뺀다.

적당히 물기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집에서 사용하던 천일염도 같이 방앗간으로 가져간다. 소금을 넣어서 가루로 내린다음 찜기에 부슬하게 담아서 김오르고 40분은 푹 쪄야한다.

방앗간 가래떡 찜솥이 김에 둘러싸이고 차곡 쌓여간다.

뜸까지 잘 들인다음, 치대는 기계에서 기다란 반죽으로 나오는 것을 세번 반복한다. 마지막에는 차가운 물이 흘러 넘치는 큰 싱크볼로 미끄러져 내려오는데, 그 반죽을 가위를 이용해서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채반에 건져낸다.

막 뽑아낸 가래떡.

명절에 바쁜 일손을 도와주러 나오신 할머니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떡 담는 것을 도와드렸다. 시골 할머니들로부터 배우는 옛날 요리법과 고생스러웠던 삶의 이야기는  귀하게 여겨진다. 올해 알게된 것은 보리고추장 레시피였다. 시골 방앗간의 또다른 매력이다.

앞순서의 할머니께서 먼저 뽑은 떡을 한 줄 나누어 주셔서 맛보았는데, 우리떡이 훨씬 더 찰지다. 방앗간 사장님과 도우시는 할머니들도 아주 맛있게 되었다고 하신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가래떡 곧게 굳히기. 따뜻하고 겉에 물기가 남아있을 때 곧게 펴서 차가운 곳에서 굳힌다.

비닐을 깔고 덮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는 않지만, 천을 사용하면 그 짜임새 눌린 자국때문에 표면이 까칠해지기도 했었다. 비닐을 덮지 않으면 굳히면서 부분적으로 너무 건조되기도한다. 글을 쓰면서 어릴 때 엄마 하시던 것을 떠올려보니, 주방 옆 서늘한 방안의 크고 긴도마 위에 널어놓으셨다. 덮어둔 흰 천을 자주 젖혀다보고 상태를 살펴보면서 뒤집어주셨던 모습이 기억난다. 내년에는 나도 그렇게 해보아야겠다.

이틀 밤을 굳히고 난 다음 차분한 마음으로 썬다.

올해는 둘째 아들이 칼을 잘 갈아주어서 훨씬 수월하게 떡을 썰 수 있었다. 기계로 썰어 나온 것은 칼날에 붙어나오는 찌꺼기가 생기는 것을 보았다. 한조각 입에 넣어보니 유난히 표면이 매끄럽게 느껴진다. 익혔을때도 그 질감이 그대로 유지되고 더욱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여덟 줄을 썰면서 굵기와 크기가 정확히 고르게 잘리지 않는다고 아들은 포기. ^^ 주변정리 해두고 나도 차분한 마음으로 가라앉히고 썰어본다.

설날 아침의 떡국은 사진을 찍지 못하고 다음날 또 먹고 싶어서 끓였다. 고명으로 얹을 꾸미만 있으면 3분만에 완성되니 간단하고도 든든한 음식이다. 사골이나 양지 육수로 끓이기도 하지만 쇠고기와 두부에 조선 간장을 넣어 짭짤하게 간을 맞추어 곁들여 넣으면 그냥 물만으로도 좋은 것 같다. 

젊은 친구가 정성스레 뽑아온 떡, 완벽하게 일정하지 않지만 신경써서 썰어준 떡과  시골에서 만들고 굳힌 떡 모두 고루 넣어서 차례상에 올렸다.

Written by elleCuisine · Categorized: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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