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에 씨를 뿌려 돋아난 향 짙은 고수를 여러 음식에 넣어 즐겼었다. 특히나 양고기 국수에 넉넉히 뿌려 먹는 건 정말 큰 즐거움이었다. 가을에 다시 저절로 씨를 퍼트리고 서늘한 기온 속에 나지막히 움추리며 조심스레 잎을 키우다가 여린 잎을 붉게 물들이며 추운 겨울내내 땅 속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며칠 전 봄을 부르는 비가 내리고 벽돌색의 마른 잎들 사이로 연초록 새싹을 내민다. 한뿌리 캐어 향을 맡아보니 아주 진하다. 여린 잎을 손으로 비벼서 더 깊은 향을 맡으며 봄이구나 싶다. 가느다란 뿌리까지 5센티도 되지 않는데 한 뿌리만으로도 주방 한켠을 지날때마다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몇 년간 농약과 제초제 전혀 없이 팔 힘만으로 가꾸어 온 우리의 첫번 째 작은 텃밭을 되돌려 드려야한다. 이장님 댁 밭의 끝자락이었는데 빗물이 흘러 내려갈 하수 배관을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4년 전에 심었던 치커리가 저절로 밭 군데군데 퍼져서 씨를 다시 뿌리지 않아도 고맙게 잘 뜯어먹었던 것처럼 고수도 그렇게 자리잡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과 깨끗한 흙이 아까워서 눈을 크게 뜨고 여린 싹 찾기에 나섰다. 우선은 작은 화분에 최대한 텃밭의 흙을 채워넣고 물을 충분히 적셔서 뿌리를 내리게 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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